한류 총서
아시아가 말하는 K-컬처 한류학
동국대학교 한류융합학술원(원장 정길화)이 동남아 등 해외에서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하는 <아시아가 말하는 K컬처 한류학>을 발간한다. 동 학술원의 한류학총서 제2권이다.
이번 책은 베트남, 몽골, 튀르키예, 태국, 일본 등 현지의 한류 연구자 및 전문가들이 번역 없이 한국어로 직접 집필했다. 해외의 한류 수용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현장 연구의 결과물이다.
정길화 원장은 “발신지를 떠난 한류가 각국의 고유한 역사와 정서, 그리고 사회적 층위 속에서 재맥락화되는 치열한 담론장에 주목하고자 한다”며 발간 의의를 짚었다. 6개국 연구자의 집필로 이루어진 이번 총서는 최근의 한류 논의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류는 자국 문화가 채워주지 못한 ‘심리적 공백’을 메우는 힘”
먼저 필자들은 한류가 아시아 청년들에게 단순한 오락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주시한다. 몽골국립대의 베 돌마 교수는 “한국과 몽골의 인연이 천 년을 넘어섰으며, 역사 속 교류가 변화를 거듭하며 한류라는 문명의 ‘파도’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다”고 진단한다. 태국 쏭클라나 카린대의 빠릿 인센 교수는 한류의 영향력에 대해 “특히 젊은 세대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한류는 자국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심리적 공백을 채우고 결국 독자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화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일본 세츠난대의 모리 도모오미 교수는 한류가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감각의 '오시(推し, 최애) 문화'로 정착했음을 주목하며, “일본의 한류 팬덤은 ‘오시’를 통해 일상의 활력을 얻고 있다. 이는 한국 드라마나 음악이 일본인의 정서적 갈증을 해소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튀르키예 에르시예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 학과장을 역임한 하티제 쾨르올루 교수 역시 한류가 현지 청년들에게 정서적 일체감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베트남 국립인문사회과학대의 응우엔 티 하 교수는 이번 총서의 의미에 대해 "한류는 이제 베트남에서 단순한 외래 문화를 넘어 대중의 일상과 가치관 속에 깊숙이 내재화되었다"고 분석하며, "본 총서는 베트남 사회의 '틈' 사이로 한류가 어떻게 파고들어 로컬 문화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문화적 지형을 형성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양성과 상호 존중 없는 한류는 위기, 피로감과 거부감 증가해”
반면 연구자들은 한류의 이면에 드러난 문제들도 지적하는데, 가령 “일방적인 문화 유입에 대한 피로감과 자국 문화 잠식에 대한 경계심”과 같은 대목이다. 튀르키예의 하티제 교수는 “한류 콘텐츠가 제시하는 획일화된 미적 기준과 라이프스타일이 현지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이식되면서, 자국 문화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문화적 잠식’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며 한류가 현지 고유의 미학을 위협하는 현상을 경고한다.
특히 최근 발생한 한국-동남아 누리꾼 간의 혐오 설전(시블링 SEAblings 연대)을 예견한 듯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베트남 국립하노이대 당 티엔 응언 교수는 “팬심이 미성(微聲)에서 아우성으로 바뀌면서 국가 주권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는 능동적인 사회적 행위자로 성장했다”고 짚었다. 이번 SNS상의 연대 투쟁은 한류의 다양성 부족이나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감 결여를 지탄하는 등 저자가 지적한 ‘주체적 팬덤 권력’이 현실화된 사례로 볼 수 있다.
태국의 빠릿 인센 교수는 "과거 철부지 어린 팬을 비하하던 단어인 ‘띵(Ting)’이 이제는 자신의 열망을 주저 없이 드러내고 공동체의 연대를 이끄는 당당한 주체들의 대명사로 탈바꿈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들이 한국에 실망할 경우 “태국 내 한류가 대만류로 옮겨가려는 기류가 감지된다”며 위기 신호를 전한다. 이는 최근의 혐오 갈등은 한국 사회의 우월적 시선이 현지의 팬덤 문화와 충돌하며 빚어낸 결과일 수 있음을 제기한다.
균형감과 성찰적 한류 연구의 필요성 제기
<아시아가 말하는 K컬처 한류학>은 외국의 한류 팬덤 문화를 문화심리 측면에서 보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던 ‘한류의 명암’을 수용자인 외국인들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들여다보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의 최원재 연구원은 “한류가 보여주는 대중적인 현상 외에 그 속을 채우고 있는 한류의 심리가 전 지구적으로 주요한 연구 주제가 되었다”면서 “현지인들이 바라보는 한류에는 날카로운 문제의식도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이 책에서는 한류의 매력과 한류의 위기를 균형있게 응시하는 가운데 앞으로 성찰적 한류 연구와 상호 존중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